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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송

[이치카라] 악몽

치스하 2017. 3. 17. 03:09
*사변카라
*이치→카라
*우울주의
*저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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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카라] 악몽







[있잖아 이치마츠~ 요즘 카라마츠 잘 안보이지 않아?]


항상 빠칭코만 외치던 오소마츠형이 나에게 쿠소마츠의 일을 물어본다. 확실히 요즘따라 쿠소마츠가 얼굴을 잘 안비추긴 했지만...뭐 치비타 사건 이후로 다쳐서 쉬고 있는 거겠지?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는거야? 애초에 쿠소마츠녀석 다쳤으니까. 움직이기 힘들테니까.]

가족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기정사실을 대답해줌으로써 내가 오소마츠형의 질문에 부응하는 대답을 하지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에~ 하지만 아무리 아프다고 해도 지금 벌써 2주일째 얼굴도 안 비추고 있다고? 이 형아 이러다 차남얼굴 까먹는거 아니야? 그보다 차남이 누구!?]

장난끼가 가득한 질문에 나는 인상을 구기며 쳐다본다. 애초에 같은 얼굴이라고. 6쌍둥이라고. 까먹는다는거 있을 수 없으니까. 오소마츠형의 질문에 원하는 답을 내가 해줄 수 있을리 없잖아. 나도 며칠인지는 모르지만 꽤 오랜시간 동안에 카라마츠 그림자도 못봤으니까...그래서 내 기분은 당연히 좋지 못하다. 찾아가도 항상 자기만 하고 깨어있는 시간의 카라마츠는 보지 못했다.


[까먹을 것 같으면 거울보면 되니까. 애초에 모두 같은 얼굴이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좋지 않은 기분을 풀어보려 애쓴다. 원하는 답을 듣지 못했던 오소마츠형은 짜증이 가득 섞인 나의 눈짓에도 '흐응~그래도 카라마츠녀석 얼굴도 안 비출만큼 많이 아픈걸까?' 라며 혼잣말을 해낸다. 것보다 궁금하면 당사자 찾아가는게 낫지않아? 설마 그런 간단한 대답을 찾지 못해서 나에게 물어본 것일까? 카라마츠를 못본게 나만이 아니야? 곰곰히 생각하다가 오소마츠형을 본다. 아직도 장난끼가 가득하지만 눈을 반짝이며 쳐다본다. 나에게 해결책따윈 없다고. 해결책을 바래봤자 알고 있는것도 없다고.

[그게 궁금하면 카라마츠 찾아가면 되잖아.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정 문 두드리기 싫다면 방 앞에서 잠복이라도 하던가.]

내 대답에 오소마츠형의 표정이 바뀐다. 조금은 당황스러운 어떻게 보면 의외라는 표정을 짓고 나를 쳐다본다.
무릎을 감싸안으며 좀 더 몸을 웅크려본다. 기분이 좋지않을 때 하는 버릇이라 이렇게 앉아있으면 다들 나에게 말을 걸지 않곤 한다. 자세를 고쳐앉으니 오소마츠형도 잠시 생각에 잠긴다. 아마도 기분이 좋지않은 나에게 계속 말을 걸어볼지 말지를 고민하는 것 같다. 고개를 푹 숙여 말을 걸지 말라는 뉘앙스를 풍겨냈다. 이러면 귀찮게 안하겠지. 그러나 깜깜한 시야 밖에서 들려온 오소마츠형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너무 뜻밖의 일이였다.

[그게말이야. 잠복했었는데. 이틀동안 안나왔다구 카라마츠.]

[에?]

목에서 얼빠진 소리가 나왔다. 무릎에 닿아있던 얼굴은 어느새 오소마츠형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 그거 무슨소리? 이틀동안 안나왔다니 그럼 밥은? 화장실은? 살아는 있는거야 그녀석?


[뭐 밥먹는 시간에는 잠복이고 뭐고 없었지만. 그녀석 엄마가 챙겨주는 밥도 그대로 두고 방에서 나오지를 않던데...궁금해서 살짝 열어봤는데. 잠만 자고 있었다고 그녀석. 밥도 거의 안먹고 따로 챙겨먹는 것 같지도 않고...형제들한테 물어보니 근 3일간은 녀석을 봤다는 얘기도 없었으니 이상해서 말야]

이상하다. 이상할 수 밖에 없다.
니트여도 항상 규칙적인 생활을 하던 우리 6쌍둥이였다. 특히나 카라마츠는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러닝이든 뭐든 운동까지 하고 오는 부지런함을 보이기도 한 녀석이였다.

그런데 근 3일간 녀석을 본 사람이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화장실이건 밥이건 외출이건 우리 니트 형제들과 3일동안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는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항상 집에 한명쯤은 붙어있으니까 말이야.

[그런거...있을 수 없는 일인데..? 오소마츠형이 뭔가 잘못 안거 아냐? 잠복하던 시간에 술이라던가 빠칭코라던가 간거 아냐?]

거짓말이길 바라며 되묻는 말에 내가 바라지 않았던 대답이 오소마츠형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정말이야 이치마츠. 잠복했던 날에는 지갑사정이 좋지않았고 뭐 카라마츠한테 오기랄까 그런게 생겨서 이틀동안 계속 감시했다니까?]

에...그럼 오소마츠형이 이틀동안이나 감시했는데도 카라마츠 방에서 안나온거야? 왜?

먹는걸 좋아했던 카라마츠다. 거울 없인 못살던 안쓰러운 나르시스트였다. 항상 이따이한 패션을 입으며 있지도 않은 카라마츠걸을 찾으러 다니던 카라마츠였다. 근대 지금은 그저 자고만 있다니. 분명 뭐가 잘못된 거다. 그래야만 한다. 오소마츠형의 증언에는 거짓이 없음이 증명되었다. 그 증명이 좋지않은 결과가 될 것이란걸 나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아마도 카라마츠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을 것 같은 느낌에 가슴이 뛴다. 가봐야겠어. 그녀석에게.

[나 카라마츠한테 가보고 올게. 그녀석 약을 너무 많이 먹어서 죽은거 아냐? 애...애초에 죽었으면 했으니까... 이..이제라도 죽은건지 궁금해서 말야.]

마음과는 다른 말이 나에게 비수가 되어 돌아온다. 갈피를 잃은 눈동자와 부들부들 떨리는 손이 진정되지 않는다. 죽었으면 했다니. 절대 그런 적 없었다.















치비타때 일만 해도 그저 잠결에. 그것도 맞을리 없을 방향으로 멧돌을 던졌음에도 너에게 향해 버렸다. 손을 떠난 멧돌이 너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을 때 나는 눈을 감아버렸다. 조심스레 뜬 시야에는 처참한 너의 몰골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피철갑을 두른 너의 몸이 힘없이 추욱 늘어졌을 때 나는 덜컥 겁이 났다. 그대로 너가 죽어버릴까봐. 다시는 너를 보지 못할까봐. 이대로 너가 가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 이건 악몽이다. 그런 일은 없을테니까. 너가 나를 떠난다니 그런 일 내가 허락안하니까 말야. 그래서 나는 이 지독한 악몽에서 깨기 위해 서둘러 너가 없는 빈자리를 바라보며 잠을 청했다. 자고 일어나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 바보같은 얼굴로 너가 옆에서 자고 있길 빌며.













그러나 그건 나의 희망사항일 뿐이였다. 다음 날 너는 한평생 감아보지도 않았던 붕대를 전신에 감고선 집에 돌아왔다. 나는 너에게 던진 멧돌의 무게가 아직도 느껴지는 착각이 일어났다. 날 쳐다보는 눈빛에 어젯밤 날 바라보던 겁에 질린 너의 그 표정이 교차된다. 너를 그렇게 만들어 버린게 나라서. 나는 그렇게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말았다. 또 너를 버려두었다.














카라마츠가 있어야할 방문 앞에서 서성인지 20분째.
아직도 두렵다. 너가 날 원망할까봐. 날 증오할까봐. 나를 탓할까봐. 나를....버릴까봐... 너에게 준 상처가 얼마나 큰지 알고 있기에 나는 도망쳐버렸다. 너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까.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콜록콜록]

갑자기 들려온 방안의 기침소리에 나는 거듭 놀라버렸다. 심장이 쿵쾅되기 시작한다. 카라마츠가 깨어있는건가? 아니면 아직도 자고 있는건가? 아직도 아픈걸까? 난...널 봐도 괜찮은 걸까...?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열린 방문에 나는 대처하지 못하고 놀라 뒤로 넘어져버렸다. 쿵 소리를 내며 내 엉덩이는 바닥에 내려앉았다.

[아. 방앞에 있는걸 몰랐었군. 미안하다 이치마츠.]


아직도 붕대를 감고 있으면서 고작 엉덩방아를 찧은 나에게 사과를 하며 손을 내미는 너. 대체 얼마나 속이 좋아야 저럴수 있는거냐.

[그. 내가. 방문앞에서. 있던거니까.그래도 뭐. 확인하고 열었어야지. 너때문에 엉덩이 아프잖아. 다음부턴 조심하라고.]

또 마음과는 달리 뱉어지는 말에 내 입을 틀어막아 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아 나는 정말이지 바보같은 놈이구나.
바닥으로 시선을 떨구곤 다시 너를 쳐다본다. 미움받아도 나는 너를 눈에 담아두고 싶다.




나를 향해 지어주던 그 표정이 점차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아아. 그렇군. 여기가 꿈인건가]


이상한 말을 한다.
꿈이라니? 아직도 꿈에서 안 깬거야? 뭐야 무슨말을 하는건데.

[뭐..뭐야. 꿈이라니. 아직도 잠에서 덜 깬거? 며칠동안 자더니 머리가 이상해져서 꿈과 현실을 구분 못하는거냐고.쿠소마츠.]

비뚤어진 말에 나는 내 스스로가 한심스럽다. 걱정했다는.말 한마디를 너에게 전해주지 못하는걸까. 미안하다고 사과의 말을 전하러 왔는데...너에게 닿지 못하는 목소리가 귓가에서 메아리친다.


방문을 열고 나오려던 너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다시 방안으로 들어간다. 어지럽혀 있던 이불 사이에 들어가더니 눈을 감는다.

[어이. 쿠소마츠. 다..다시 자는거냐고. 아프다고 유세떠는거야 뭐야. 별로 아프지도 않는거 유난떠는거 아냐?]

내가 나 자신에게 살의를 느낀적은 처음이였다. 모진 말만 해대는 주둥아리를 꼬매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였다. 잠을 청하는 너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보고 싶어 너에게 다가간다.












아니다. 이건 카라마츠가 아니다.
왜소해져버린 카라마츠는 금방이라도 사라질것만 같았다. 나는 너가 떠나버릴 것 같은 마음에 너를 붙잡아 본다. 튼실했던 팔뚝은 기아가 되어버린것처럼 삐쩍 말라버렸다.

카라마츠...왜...어째서...이렇게 되버린거야...

그새 잠이 든 너가 어디론가 떠나서 다시는 안 돌아올 것만 같아서 나는 곤히 자고 있는 너를 흔들어 깨우며 너에게 상처만 준 나의 입을 열어 외쳐본다.


[어이! 쿠소마츠! 너 잔다고 다 해..해결될거라고 생각하는데! 나한테 제대로 사과하라고! 너때문에 엉덩이 시큰시큰하니까말야!]

마음과는 동떨어져 있는 나의 외침에 곤히 자던 너는 잠에서 깨며 너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상황파악을 한다. 나를 쳐다보는 눈빛에 또 덜컥 겁이 나 외친다.

[너..너가 다친거 나때문이라고 지금 시위하는거야? 사과라도 바라는거냐고? 나같은 쓰레기의 사과라도 받겠다는 거냐고.]

또 마음과 이어지지 않는 잘못된 말들이 입에서 튀어나온다.
가만히 나를 쳐다보던 너가 또 한마디를 던진다.

[아아. 또 지독한 악몽이로구나.]

그 말을 하곤 너는 다시 눈을 감는다.
뭐야. 카라마츠. 악몽이라니... 내가 여기있는데 왜 넌 날 쳐다보지 않아? 넌 왜 또 잠을 자는거야? 왜.....나를 탓하지 않는거야? 왜..... 나를 마주하지 않아...? 넌 어디로 가버리는거야..?











나의 슬픈 물음속에서도
너는 그저 이 지독한 악몽에서 도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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