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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송

[오소카라] 경계

치스하 2017. 6. 11. 01:10
*캐붕캐붕
*저퀄저퀄
*오타오타
*카라른
*우울주의
*카라마츠 사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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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카라] 경계













아주 오래전.
내 나이가 두자리수를 넘지 못했을 적이었다.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던 나는 무심코 쳐다본 미끄럼틀 위에 앉아있는 카라마츠를 봤다.

노을 진 하늘은 기묘하게도 나의 색처럼 붉었다.

분명 아무도 없어야할텐데도 카라마츠의 뒤에는 검은 그림자가 가득했다.

놀란 눈으로 카라마츠를 쳐다보곤 그네에서 뛰어내리다 그대로 엎어져버렸다.

모래사장에 모래들이 옷가지 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찝찝한 상황에서도 나는 카라마츠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런 나를 발견한 카라마츠는 무언가 속삭인 듯 했다.

분명 그 말은...













[난 괜찮아 오소마츠.]
























[황혼의 시간이라...]

잡지책을 뒤져보는 쵸로마츠의 혼잣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게 뭔데 쵸로짱?]

쵸로짱이라는 호칭을 싫어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괜시리 골려줄 마음에 불러봤다.

[죽음과 삶의 경계를 황혼의 시간이라고 하나봐. 그 시간에는 죽은 사람이 보일지도 모르니까 조심하래.]

이제 무시하는건가. 재미없게시리.

[그게 언제인데?]

딱히 궁금하진 않지만 예의상 물어봐줘야 할것 같다는 말씀. 쵸로짱 아는척하는거 좋아하니까말야.

[해가 완전히 사라지는 노을녘.]

[엑. 그런거 완전 찰나아냐? 난 또 무슨 날이 정해져 있는 줄 알았네.]

[그런거 매일매일 있다는게 더 소름끼치지 않아?]

쵸로마츠의 물음에 곰곰히 생각해봤다.

[듣고보니 그렇네. 매일매일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간다니.]

순간 서늘한 기분에 이야기를 돌리려 했다.

[그것보다 좀 어때?]

주어가 빠진 설명에도 쵸로마츠의 낯빛는 금새 어두워졌다.

[글쎄. 늘 똑같아. 그러지말고 네놈도 한번쯤은 가보라고.]

[네네.]

긁적이는 볼이 어느새 창백하게 질렸다.

내가 무슨 수로 보러가.

카라마츠를.



















6명이서 먹던 식탁은 이제 5명이서 둘러앉고

내 등을 이제 쵸로마츠가 밀어준다.

6이라는 숫자에서 5라는 숫자가 된 것이 우리들은 별 다를바가 없을 줄 알았다.

둘씩 다니던 우리들은 어느새 한명이 외롭게 걷는 상황이 되버렸고 행운의 숫자는 최악의 숫자가 되었다.

카라마츠가 사라진 자리는 어떻게도 메워지지가 않았다.















[오소마츠형. 나랑 얘기 좀 해.]

구석에 기대 뒤집혀있던 내 시야에는 사남이 눈에 찼다.

[무슨 얘기인데 그렇게 폼을 잡아?]

반대로 세워져있던 몸을 바르게 세워 이치마츠에게 말을 건냈다.

쉽사리 말이 떨어지지 않는지 한참을 우물거리던 입에서는 뜻밖에 이름이 나왔다.

[카라마츠말이야..]

아. 그 얘기구나.

[응응. 카라마츠가 왜?]

내 눈을 맞추지도 못하고 죄를 지은 듯한 모습의 동생은 어느새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오늘이 고비래...이제 병원에서 해줄 조취도..치료도 없고..그러니까! 카라마츠가 잘못되기 전에 보고오는게..!]

[이치마츠.]

내 말에 깜짝 놀란 듯 흠칫거리는 동생의 모습이 안쓰러워보였다.

[난 괜찮아 이치마츠.]

분명 웃는 표정일텐데 그런 나를 본 이치마츠는 울것 같은 표정으로 밖으로 향했다.



















괜찮을거야.
이번에도 다 잘될거야.

그런 바램을 몇번이나 곱씹어봐도 마음 한켠에 남은 불안을 씻을 순 없었다.

텅 비어있는 집안에 있다간 나마저도 미쳐버릴것 같았다.

현관에 나와 신발을 신는 와중에 거울에 비친 나를 보고야 말았다.

[이런 표정이었나 나...]

이치마츠에게 미안한 짓을 해버렸네. 난 웃는다고 웃은건데 말이야.

무거운 발걸음은 그저 발길 닿는대로 무턱대고 걸었다.














아 여긴.

[공원인가. 옛날에 자주 왔었는데.]

놀이터에는 뛰어놀아야할 꼬마들이 한 명도 없었다.

[다들 벌써 귀가? 요즘 애들이란 정말이지.]

나이든 어르신들이 할법한 혼잣말을 하면서 그네에 앉았다.

녹슨 철이 부딪히는 소리가 내 어지럽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진정시켜주는 것 같았다.

[곧 해가 다 져버리겠네. 이제 갈까.]

[오소마츠.]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는 내 눈시울을 자극시켰다.

[아냐..아닐거야..지금은 분명 병원일거라고....]

반신반의하면서 돌아보는 나는 그저 내가 환청을 들었기를 바랬다.

바람이 나부끼는 놀이터에는 오직 너와 나뿐이었다.














[어...어떻게....]

어안이 벙방하다는게 이럴때를 위했던 말인가.

[너가 나를 보러오지 않아서 내가 보러왔어.]

빙긋 웃는 표정에 금새 눈물이 고였다.

[이 말은 전해주고 싶어서 말이야. 이렇게 와버렸네.]

분명 있어선 안될 일이 일어나서 머리속이 뱅글뱅글 도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본 카라마츠는 건강했던 모습 그대로였고 빙긋 웃는 표정도 그대로였다.

[카라마츠...나는...]

변명이라도 꺼내보려 했던 나의 의지와는 반대로 입은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기만 했다.

[아! 그 시간이 많이 없어서 말이야..말 끊어서 미안해 오소마츠.]

볼을 긁적이는 카라마츠는 멋쩍게 웃었다.

[무..무슨말이길래..?]

오랜만에 눈에 들어온 카라마츠를 어떻게든 시야에 우겨넣었다.

안쓰러운 파랑색 반짝이 바지도 쿠소가오 프린팅 티셔츠도 유독 반질거리던 가죽재킷도.














어? 근대 그 옷은 꼭..

[그 옷..]

저 티셔츠와 안쓰러운 바지는 분명...

[카라마츠..너..그 차림..]

병원에 그 옷이 있을리가 없잖아.

[카라마츠...너..]

그날의 옷과 똑같잖아.

[네 잘못이 아냐 오소마츠.]

붉은 노을이 어느새 거무죽죽한 색이 되어가려한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냐. 너 또한 마찬가지야.]

나의 색으로 물들었던 하늘은 이제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그러니까.]

아냐.

[오소마츠.]

아니야.

[난 괜찮아.]

아.
지금은 분명.
















황혼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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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츠는 굴려야 맛이고
오소마츠는 후회해여 맛이며
오소카라는 같이 삽질해야합니다.

장형 내가 매니 애낀다★



뭔가 삘이 꽂혀서 써봤지만 낼 보면 이불차게쪄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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